태양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행성인 목성과 토성을
접안렌즈 한 시야에서 볼 수 있다니
얼마나 놀라운 이벤트인가.
고도가 낮고 서쪽으로 내려가는 상황이라 아쉽기는 하지만
이렇게 가깝게 목성과 토성이 모인 적이 몇백 년만이라네.
이번 기회가 아니면 죽기 전에 또 볼 수없는 진기한 현상이니 만사 제쳐놓고 나가보기로 한다.

얼마 전부터 차가운 베란다에 있던 12”sct를 싣고 약속된 장소에 도착하여 설레는 마음으로 장비를 설치한다.
눈으로 볼까, 사진을 찍을까 항상 고민하지만
이런 건 눈으로 보아야 제맛이란 생각이 앞선다.
5시 30분 즈음
“저기 목성이다.”
“어디 어디?”
이번에도 짝꿍이 먼저 살며시 빛나고 있는 목성을 발견하니,
저렇게 하얀 하늘에서 하얀 점을 어떻게 찾은 것일까.
초승달보다 옅은 하얀색 바탕의 하늘,
어디어디를 찬찬히 살펴보니
유난히 빛나는 한 점을 발견하니,
나도 찾았다!


목성으로 고투를 하고 보니 당연히 다른 곳을 보여주는 망원경.
극축도 대충 맞췄고, 얼라인도 하지 않았으니 당연한 일,
적도의 다리를 조금씩 이동시키고 고도 조절 나사를 조정하면서 최대한 목성 근처까지 오게 하면 추적 정밀도가 높아진다.



설레는 마음으로 접안렌즈를 보니
눈에는 보이지 않은 토성도 보인다.
목성과 토성, 처음 보는 배율은 130배(23mm 82도 접안렌즈)
해가 진 지 얼마 안 되어 대비가 떨어지지만
토성의 고리가 선명하게 보이고
목성의 줄무늬 2개도 뚜렷하게 보이며 목성의 4대 위성이 나란히 줄지어 있는 모습을 보니 마치 이 구역은 내꺼라며 토성에게 넘어오지 말라는 것처럼 것처럼 보이니 신기할 따름이다.
성급한 마음에 100도 시야 9mm 접안렌즈로 333배로 올려보는데 시상이 좋지 않아 일렁임이 심하다.
접안렌즈 위 아래 끝에 붙어 있는 두 행성을 한번에 보기도 힘들다.

욕심을 버리고 100도 시야13mm(230배)로 갈아끼우고 보는데
역시 한눈에 두 행성을 보기엔 너무 떨어져 있다.
눈동자를 위아래로 번갈아 가며 운동하는데
100도 시야가 이렇게 어려웠다니
주인공들이 있는 중심부분만 주로 본 나로서는
100도 시야의 실상을 느끼는 순간이다.
간간이 흐릿해졌다가 선명해지는 목성의 줄무늬
토성의 카시니 간극을 구분하려고 안간힘을 쓰는데
저기 있어야 하는 거무스름한 부분이 보이는 것 같은 자기체면에 빠져 보았다고 믿는다.

날이 어두워져 맨눈으로 올려다 본다.
시력이 좋지 않아 눈을 찡그리고 힘주니
목성 위에 조그맣게 보이는 토성
북두칠성의 미자르와 미자르처럼 보인다.
실제 눈으로 어떻게 보일지 저 모습이 궁금했다.
크고 밝은 목성 위에 작은 토성,
마치 눈사람 같은 모습, 신비로울 뿐이다.

최근접일엔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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