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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천왕성과 함께한 개기월식

by Editor_Lee 2022. 11. 11.



지난해 개기월식은 여러 사람들을 신경 써야 해서 온전히 즐기지 못했다.
올해 개기월식은 천왕성과 함께하는 특별한 이벤트가 있다는 소식에
아무 일정도 잡지 않고 온전히 즐기기로 한다.
일찌감치 회사엔 반차를 알리고 3일 전 현장 답사를 하니 보수적으로 생각해도 전 과정을 볼 수 있겠다.



적도의를 2개 가동할까 하다가 다음날 일정도 있고 하니
지난 ISS 태양면 통과 관측할 때처럼 쌍포를 운영하기로 마음먹는다.
캐논 6D에 24mm 화각이면 월식 전 과정을 담을 수 있겠단 생각에 삼각대도 하나 추가하기로 하고.
드디어 이벤트 당일.
지평선 부근에 미세먼지가 많아 월출을 볼 수 없을 것 같다.
천천히 설치하다 보니 드러나는 보름달.
삼각대 위에 있는 6D부터 일을 시키고
가볍지만 듬직한 RST-135에 EDT 115를 설치하고, Fra400을 옆에 얹으려는데 EAF가 걸려 난감하다.
고민할 겨를도 없이 경통 밴드를 풀어 Fra400을 뒤집으니 해결이 되어 두 망원경 시야를 일치시킨다.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설치하니 이제 시작인가 보다. 보름달 한쪽이 어스름하다.


바라보고 있는 하늘은 비행기가 지나가는 길,
보름 즈음엔 지나가는 비행기 중 1개는 달을 스쳐 지나간다.
기회는 단 1번이다.
대개 기다리며 준비해야 하는데 딴청을 피웠는지
비행기가 달 바로 앞에 있는 걸 발견하고 버튼을 눌렀으나
비행기 머리가 지나간 후, 만감이 교차한다.


의자에 앉아 하늘을 보다가도 카메라 LCD창을 보며 달 위치를 조정해주고,
더 자세히 보고 싶어 Fra400에 끼운 접안렌즈를 본다.
몸은 분주하지만 마음은 이벤트를 온전히 즐길 수 있어 뿌듯하다.

달이 지구 그림자 속으로 완전히 들어가기 전
접안렌즈를 빼고 그 자리에 178mc를 연결하고 노트북을 켠다.
붉은 달을 선명하게 닮고 싶기도 하고, 천왕성의 모습을 큰 화면으로 보고 싶었다.


노트북 화면으로 가족들과 함께 보는 월식,
시시각각 움직이는 별들과 옥색으로 보이는 천왕성이 붉은 달에 닿았다가 쏘옥 뒤로 숨는 장면이 하일라이트
이번 생에 볼 수 없다고 하니 더 신기하다.

몇년 전 개기일식을 함께 본 이가 말한다.
개기일식 때 본 다이아몬드링처럼 보인다고.
개기일식은 순식간에 지나가지만
이번 개기월식은 시간이 길다.
붉으스름한 달 기운에서 하얗게 빛이 새어나오는 장면
마치 그때 본 다이아몬드링 같다고 생각할 때
사람 생각은 비슷한가 보다.


일식이나 월식 전 과정을 관측하다 보면 길 것 같은 4시간 금방 지나간다.
시간이 남긴 건 어마어마한 데이터들,
찍는 시간은 즐겁지만 처리하는 시간은 왜 이리 하기 싫은 건지...
또 어찌어찌하다 보니 정리가 되어 기록을 남긴다.

2022년 11월 8일 천왕성과 함께한 개기월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