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s 14" Dob에 이름이 생겼다.
어느 아이가 이 망원경 이름이 뭐냐고 묻길래 없다고 하니, "도비"라 부르겠다 한다.

서울에서 초신성을 볼 수 있을까,
사진 관측을 통해 함께 보고자 계획을 세웠으나,
보름을 채워가는 달빛, 서울 광해에 묻혀 M51 형체도 보이지 않으니 애써 의미를 부여하지 않기로 하고,
화성이 M44 벌집에 놀러 왔다는 이벤트에 관심을 갖기로 한다.

서울 도곡동에서 보는 도비로 52배 배율로 보니 성단 내에서 유독 붉게 빛나고 있는 화성,
115mm 굴절 망원경에도 잠시 머물러 갈 손님 화성이 성단과 함께 잿빛 배경 뒤로 흐릿하게 보인다.
검은 바탕에서 빛나는 굵은 별들이 아니어도 아이들에게는 별이 많다고 좋아한다. 고작 이 정도 별빛에 만족이라니.

다음날, 날씨는 좋지만 보름이다.
강원도에서는 보름달을 뚫고 은하가 보일 것 같아 초신성을 보고자 하는 마음으로 화천으로 달려가
서쪽과 북쪽을 긴 시간동안 볼 수 있는 북쪽 주차장에 자리잡고 준비를 한다.

Nam's 14" Dob에 Ethos 13mm 아이피스를 끼우고 적당히 어두워질 때까지 거울을 식혀줄 때
한쪽에선 Noh's Pier Tripod에 RST-135를 올린 GSO 8" RC 망원경은 화성과 M44를 찍고 있다.
화성에 생긴 회절상을 보니 굴절 망원겨을 가져올 걸.
아쉬움은 플랫 파일이 없다는 사실로 이어져 웃음만 나올 뿐이다.

화성과 벌집성단
- Mount: RST-135, Noh's Pier Tripod
- Telescope: GSO 8RC + Solomon 0.8 Reducer
- Guide: Askar Oag + ZWO ASI174MM mini, ZWO ASIair Pro Guiding
- Camera: ZWO ASI2600MC Pro
- Exposure: Gain 100, -10℃, 60s

북쪽 하늘 저고도는 구름과 광해로 뿌옇고,
자오선을 경계로 남쪽 하늘 방향은 달빛이 지배적이다.
큰곰자리 부근만 거무스름한 대비가 있는 하늘이었다.
큰곰자리의 M101을 보기 전에 반대쪽 M51을 보니 아빠와 아들이 살짝 보이고, M101은 겨우 흔적을 분간할 정도였다.


얼마쯤 보았을까, 나선팔 2개가 보이는 것인지 연상이 되는 것인지 보이는 듯했다.
어느 별이 초신성일까.

아이피스에 보이는 별 배치와
사진을 비교하며 확인해 보니, 저 별이다.
은하 핵이나 주변의 어느 별보다도 뚜렷하게 보이는 SN 2023ixf, 반갑다. 나온 보람이 있구나.


M101 속 초신성 SN 2023ixf
- Mount: RST-135, Noh's Pier Tripod
- Telescope: GSO 8RC + Solomon 0.8 Reducer
- Guide: ZWO Oag-L + ZWO ASI174MM mini, ZWO ASIair Pro Guiding
- Camera: ZWO ASI2600MM Pro + Optolong L filter
- Exposure: Gain 100, -10℃, 120s x 4


이 초신성이 누구는 2100만년 전
또 어디는 2300만년 전의 빛이라 한다.
2100만이든 2300만이든 헤아릴 수 없는 시간이다.
현생 인류가 나타나기도 전에 달려 온 빛이니 말이다.



저 초신성은 언제쯤 사라질 손님일까.
온힘을 다 쏟은 후 죽어 새 별로 나타난 손님,
죽지 않았더라면 볼 수 없었던 SN 2023ixf
짧은 내 삶에 잠시 스쳐가는 손님이기에 더 반갑다.
그리고 내 생에 맨눈으로 초신성을 볼 수 있는 날이 있을까.
그날이 있기 바라며
한편에선 별이 죽어 만든 별빛을 달빛 속에서 모으고 있었다.









지난해 개기월식은 여러 사람들을 신경 써야 해서 온전히 즐기지 못했다.
올해 개기월식은 천왕성과 함께하는 특별한 이벤트가 있다는 소식에
아무 일정도 잡지 않고 온전히 즐기기로 한다.
일찌감치 회사엔 반차를 알리고 3일 전 현장 답사를 하니 보수적으로 생각해도 전 과정을 볼 수 있겠다.



적도의를 2개 가동할까 하다가 다음날 일정도 있고 하니
지난 ISS 태양면 통과 관측할 때처럼 쌍포를 운영하기로 마음먹는다.
캐논 6D에 24mm 화각이면 월식 전 과정을 담을 수 있겠단 생각에 삼각대도 하나 추가하기로 하고.
드디어 이벤트 당일.
지평선 부근에 미세먼지가 많아 월출을 볼 수 없을 것 같다.
천천히 설치하다 보니 드러나는 보름달.
삼각대 위에 있는 6D부터 일을 시키고
가볍지만 듬직한 RST-135에 EDT 115를 설치하고, Fra400을 옆에 얹으려는데 EAF가 걸려 난감하다.
고민할 겨를도 없이 경통 밴드를 풀어 Fra400을 뒤집으니 해결이 되어 두 망원경 시야를 일치시킨다.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설치하니 이제 시작인가 보다. 보름달 한쪽이 어스름하다.


바라보고 있는 하늘은 비행기가 지나가는 길,
보름 즈음엔 지나가는 비행기 중 1개는 달을 스쳐 지나간다.
기회는 단 1번이다.
대개 기다리며 준비해야 하는데 딴청을 피웠는지
비행기가 달 바로 앞에 있는 걸 발견하고 버튼을 눌렀으나
비행기 머리가 지나간 후, 만감이 교차한다.


의자에 앉아 하늘을 보다가도 카메라 LCD창을 보며 달 위치를 조정해주고,
더 자세히 보고 싶어 Fra400에 끼운 접안렌즈를 본다.
몸은 분주하지만 마음은 이벤트를 온전히 즐길 수 있어 뿌듯하다.

달이 지구 그림자 속으로 완전히 들어가기 전
접안렌즈를 빼고 그 자리에 178mc를 연결하고 노트북을 켠다.
붉은 달을 선명하게 닮고 싶기도 하고, 천왕성의 모습을 큰 화면으로 보고 싶었다.


노트북 화면으로 가족들과 함께 보는 월식,
시시각각 움직이는 별들과 옥색으로 보이는 천왕성이 붉은 달에 닿았다가 쏘옥 뒤로 숨는 장면이 하일라이트
이번 생에 볼 수 없다고 하니 더 신기하다.

몇년 전 개기일식을 함께 본 이가 말한다.
개기일식 때 본 다이아몬드링처럼 보인다고.
개기일식은 순식간에 지나가지만
이번 개기월식은 시간이 길다.
붉으스름한 달 기운에서 하얗게 빛이 새어나오는 장면
마치 그때 본 다이아몬드링 같다고 생각할 때
사람 생각은 비슷한가 보다.


일식이나 월식 전 과정을 관측하다 보면 길 것 같은 4시간 금방 지나간다.
시간이 남긴 건 어마어마한 데이터들,
찍는 시간은 즐겁지만 처리하는 시간은 왜 이리 하기 싫은 건지...
또 어찌어찌하다 보니 정리가 되어 기록을 남긴다.

2022년 11월 8일 천왕성과 함께한 개기월식.




푸른 독수리를 갖고 싶어
하얀 독수리에 색을 입히기 위해 길을 나선 일요일
생각보다 사람들이 없다.
파란색 SONA25 적도의를 설치할 무렵
적도의를 알아본 한 사람, 길냥이님이 오셨다.
적도의 조립할 때 보고 몇 달만인가.

바람은 잔잔하지만 습도가 높을 것이란 예보에
열선에 전기를 미리 공급했지만
새벽에 알게 된 끔찍한 사실…
이른 밤이라 독수리는 아직 뜨지 않았기에 뭘 찍을까
독수리가 뜨기 전까지 붓꽃을 담아 보자.
가이드는 안정적인데 쳐짐으로 보이는 오른쪽 구석 별들
이전엔 나사로 돌리는 결합이 불편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런 체결 방식이 접안부 쳐짐을 방지해 주는 것 같다.
그나저나 고도가 낮아서 그런가, 비네팅이 심하다.
3분 노출에 이렇게까지 비네팅이 생기다니…
스택하니 더 도드라져 보이는 비네팅
크롭하니 봐줄만한데 L만 있어 어떤지 모르겠다.
아이리스는 또 언제 색칠할 수 있을까.


독수리가 20도쯤 올라와 경통 방향을 바꾼다.
이전에 찍은 사진을 불러와 대략 화각을 마추고 시작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으나…
철수 전 플랫을 찍으려고 렌즈쪽을 보니 뿌옇다.
잠바 후드 끝에 맺히는 이슬을 느끼며
일 잘하고 있나 살펴본 EDT115
중간중간에 온몸에서 땀을 흘리는 모습을 볼 때 살폈어야 했는데…
Fra400은 비교적 뽀송뽀송한데
EDT115가 밑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막아줘서 그런가,
이슬이 좋아하는 피부라서 그런가..
덕분에 베란다 일광욕을 시켜 주는 호사까지 누리고
다음엔 제대로 하자.


전갈 꼬리에 있는 고양이발 성운,
나비성단과 프톨레미성단을 찍은 날
익스트림 필터를 끼우면 어느 정도 나올 것 같았다.
달이 일찍 뜨지만
그 시간엔 어차피 협대역 촬영을 할 것이라 문제는 별로…
고양이발은 독수리보다 좀더 늦게 올라오므로
그 시간 전까지 다른 대상에 관심을 가져줘야 한다.


?
물음표, 이 화각에 꽉차게 들어오는 걸 확인하고 고투.
너무 희미한 대상이라 뭐가 있는지 모르겠다.
다행히도 Asiair에 얼마 전 도입된 기능을 활용하니
이렇게 편한 기능이 있었구나.
사각형을 화각에 맞게 가져간 다음 90도 돌리니 끝!
찍히는 모습을 보니 그대로 직진할까 하다가
원래 계획대로 전갈자리를 보는데
전갈 꼬리와 비교하면 안타레스 고도는 꽤 높은 편.

차에서 쉬다 나오니 달빛이 눈부시다.
달빛에 그림자가 생기는 걸 보기 오랜만이다.
달빛에도 익스트림 필터의 힘은 여전한데
2시간 정도 찍었을까, 우려했던 상황,
사진에 나무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제 그만할 시간,
할 일 다했으니 테스트나 해보자.
Fra400에 EAF를 달고 왔지만 바흐티노프 마스크를 사용하여 초점을 맞추고 촬영했다.
중천으로 향하는 견우로 향한다.
EAF에게 초점을 맞추라고 누르니
얼마간 그래프를 보여 주더시 성공했다는 메시지를 보여준다.
바흐티노프 마스크를 걸고 견우를 찍어보니
견우가 보여 주는 선은 속상한듯 삐져 나왔다.
왜 EAF를 샀을까. 좀더 공부해 봐야겠다.

NGC6302(벌레성운) NGC6334(고양이발성운) & NGC6357(바닷가재성운)
- Place: Hwacheon
- Mount: RST-135 + Xiletu L-404C
- Telescope: Askar Fra400 + F3.9 Reducer
- Camera: ZWO ASI2600MC Pro + L-eXtreme filter
- Guide: 30mm Guide Scope(F4) + ZWO ASI178MC, ZWO ASIair Pro Guiding
- Exposure: Gain 120, -10℃, 240s x 44, dark 50, flat 30, bias 50
- Software: Sirilic, SiriL, starnet2, Photoshop

'Essay'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화성이 벌집에 놀러간 날, SN 2023ixf 초신성 관측  (0) 2023.06.04
천왕성과 함께한 개기월식  (0) 2022.11.11
메시에 마라톤  (0) 2022.03.29
별 나눔 재능 기부  (0) 2021.11.30
유로파가 가니메데에 안긴 날  (0) 2021.08.19



중학교 2학년 과학 시간에 태양계 단원이 있나 보다.
개교한 지 얼마 안 된 중학교라 학교에 망원경도 없고
열정적인 선생님들은 학생들에게 이론 수업이 아닌 실제 관측도 해주고 싶어하는 눈치
처음엔 고민만 하다가
오랜만에 착한 일 해보자, 나름 재능 기부 한번 해볼까로 생각이 바뀌어
회사에 반차를 내고 어슬렁거리다가 간단한 요깃거리 사들고 찾아간다.

학교에 도착해 보니
신생 학교라 운동장은 좁고 시야도 좁아 옆 공원에 망원경을 펼치기로 하고
대강의 일정과 계획을 협의하여 진행하기로 한다.
도심 외곽의 화려한 조명과 가로등이 훼방꾼이지만
달과 행성과 밝은 별들 위주로 볼 예정이니 문제 없겠다.


언제나 그렇듯이
추적이 되는 가대에 굴절 망원경을 올리고
조금 떨어진 자리에 돕을 설치한다.
하나는 사진 찍고 싶은 이들을 위한 망원경이고
또 하나는 직접 보여 주기 위한 망원경인데
망원경스럽지 않은 돕은 돕대로 신기해 하고
지잉~ 소리를 내고 고투하는 가대의 굴절 망원경을 보곤
우아~ 감탄을 하는 건
예나 지금이나 어른이나 아이나 마찬가지 반응이니 흐뭇할 뿐이다.


초승달로 변해 가는 금성의 모습을 보고 신기해 하며
토성의 고리가 귀엽고 꼭 그림을 갖다 논 것 같다는 얘기는 늘 나오며
목성의 줄무늬를 보고 몇 개인지 세어 보는 사람들은 신났다.
그런 분위기에 있으니 반차 내고 온 보람이 생기는 건 자연스럽지만
다소 아쉬운 건,
1분만이라도 진득하게 관측을 하지 않고, 얼마 후
“이거 찍어 봐도 돼요?”
“이거 찍을 수 있어요?”
한다는 것.
자주 볼 수 없는 것이기에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마음 이해가 가면서도
아름다운 순간의 빛, 눈에 조금 더 담아도 좋으련만.
  ​

목성의 위성들 간의 만남이라니… 이런 이벤트도 있구나.
전부터 날씨만 좋으면 나가야겠다는 생각은 있었으나 일의 피로가 채 가시지 않아 오후까지 몸은 축 늘어져 있다. 짝꿍은 나가고 싶어 하는 눈치, 어쩌겠는가 나가야지.
늦은 저녁을 먹고 나갈 준비를 하니 거짓말처럼 피로는 사라지고 지난주에 가서 헌혈하던 곳으로 출발하려는 터에 굳이 행성만 볼 건데 거기까지 가지 않고 고인돌 박물관으로 목적지 변경.

강화역사박물관,
강서중에 갈 때마다 화장실 가기 위해 들렀던 곳. 언젠가 페르세우스유성우를 보러 온 많은 사람들이 주차장에 누워 별똥별이 보일 때마다 외치던 함성소리가 가득했던 곳, 올해도 극대기는 지났지만 자정 무렵까지 사람들로 제법 북적인다.

적도의를 설치하고 경통을 올린 후 극축을 대충 맞추려고 극망으로 초록색 레이저 포인트를 쏘는데
여기저기서 들리는 함성소리가 이어지며 별똥별 아니냐는 오해의 소리도 들리는 해프닝,
보이지 않는 얼굴들이 이리 부담스러울 줄이야.

드디어 설치를 하고 333배로 보는 토성,
이제 막 설치했는데도 제법 선명한 상에 감탄하고 있는데
동년배로 보이는 귀가하려는 옆 차 주인이 오더니 보여줄 수 있냐는 말을 건네니
코로나 상황이지만 어찌 안 된다고 할 수 있겠나.
접안렌즈를 본 부부 내외가 감탄하더니 이런 건 애들도 보여 줘야 한다며 차에 있던 학생들을 불러왔으니
그 순간 잠시지만 망원경 근처에서 생기와 즐거움이 피어오른다.
목성도 보여 줄 수 있냐는 말을 안 했어도 오늘 망원경은 목성을 내내 따라갈 것이었기에
“자, 목성으로 갑니다.” 하고 접안렌즈를 보니 대적반은 이미 사라진 상태였으나
목성의 갈릴레오 위성 4개를 모두 볼 수 있었고, 칼리스토가 목성을 횡단하는 중이다.

고맙단 말을 하며 그 가족이 떠나자 망원경 주면엔 우리만 남은 상황,
천정미러를 빼고 그 자리에 2배짜리 미드 바로우렌즈를 끼우고 178MC를 노트북에 연결하고 목성을 찾는다.
몇 번 해보았다고 금세는 아니지만 제법 능숙하게 목성을 화면 중앙에 도입하고
FireCapture를 처음엔 어색했는데 지인이 사용하는 것을 복기하여 만지작거리니 이제 조금은 알 것 같다.
초점을 맞추고 모니터로 보는 목성 이미지. 7월 시상 좋은 날만큼은 아니지만 이 정도면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와 희망으로 기다린다.

자, 이제 가니메데가 목성으로 들어간다. 점점 더 목성 안으로 들어갈수록 가니메데 그림자만 선명해진다. 뒤이어 유로파 그림자가 뒤따른다.
그런데 구름의 훼방이 시작이다. 옅은 구름만 있어도 모니터에서 목성이 사라진다. 구름이 사라지고 난 후 시상이 더 나빠진 듯하다. 그래도 행운이랄까. 가니메데와 유로파 그림자가 만나는 0시 35분 즈음, 구름이 사라졌으니 말이다. 가니메데와 유로파 그림자가 만나는 부분이 뭔가 겹쳐 있는 듯 희미하게 보인다.
그리고 1시 24분 즈음, 뒤따라 온 유로파가 가니메데에 닿는 순간은 가니메데가 유로파 그림자를 만나는 영상보다 더 희미하다. 원이 아닌 타원형 형체의 이미지가 보였기에 둘이 만났거니 들 정도다.

모니터로 보는 목성과 가니메데와 유로파, 그리고 두 위성의 그림자가 보여 주는 영상을 보고 있자니 2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겠다.
접안렌즈가 아닌 모니터 화면으로 보는 관측, 나름 신선하다. ISS가 월면이나 태양면을 통과할 때만 모니터 관측을 했는데 목성들의 위성들이 보여 주는 이런 이벤트 관측의 방법으로도 괜찮을 듯하다.

아직 목성 안에 있을 유로파와 가니메데를 보기 위해 노트북을 접고 바로우렌즈와 178mc를 제거한 후 그 자리에 다시 천정미러를 연결한다. 먼저 500배로 보는데 상이 잘 서지 않아 333배로 본다.
가니메데 그림자와 유로파 그림자가 눈사람 모양으로 붙어 있는 점과 가니메데로 보이는 점 하나, 점 3개가 보인다.

무심코 하드디스크에 저장된 용량을 보니 100기가. 이런 저품질의 기록이 100기가나 된다니 이런 비효율이 또 어디 있을까. 이 영상을 처리는커녕 다 보기나 할까. 회의감이 적잖이 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밤하늘 아래에서 또 하나의 추억이 생겼으니 의미 있는 일 아니겠는가. 그리고 나도 반들반들한 목성 이미지 하나 갖고 싶은데 왕도가 있겠나.


'Essay' 카테고리의 다른 글

메시에 마라톤  (0) 2022.03.29
별 나눔 재능 기부  (0) 2021.11.30
조경철천문대에서  (0) 2021.04.21
불꽃성운과 말머리성운  (0) 2021.01.17
오리온대성운  (0) 2021.01.11

'Essay'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별 나눔 재능 기부  (0) 2021.11.30
유로파가 가니메데에 안긴 날  (0) 2021.08.19
불꽃성운과 말머리성운  (0) 2021.01.17
오리온대성운  (0) 2021.01.11
멀어지는 것들에 대한 기억  (1) 2021.01.11




불꽃성운, 이름은 낯설지만 의외로 보기 쉬운 편이고,
말머리성운, 너무나 유명한 대상이지만 실제로 보긴 너무 어려운 대상이다.

몇 년 전 강화 어딘가에서 캔소주님의 허블옵틱스 14″돕으로 필터없이 본 불꽃 성운,
삼지창이 선명하게 드러나 있어 직시로도 선명하게 보여 역대급 하늘인가보다
호기롭게 말머리성운으로 이동하여 도전하는데 역시 힘들었다.
이날 H베타 필터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H베타 필터를 끼워도 18″나 14″돕으로 강화에서는 힘들구나 생각하지만
관측 나갈 때마다 습관적으로 오리온자리가 적당한 고도에 있으면 늘 한 번은 말머리로 향한다.


말머리성운을 눈으로 보면 이럴 거야,
말머리성운을 찍은 사진으로 상상하면서 만든 이미지로 트레이닝하면서.
일말의 기대가 없다면 거짓말, 그러나 현실은 냉혹하다.

조경철 천문대라면 14″로 보이지 않을까.
날이 좋은 가을밤, 버나드루프를 찍으러 조경철천문대로
H베타 필터와 14″돕을 챙겨 갔지만, 눈이 빠지도록 쳐다 보아도 보이지 않았으니
애증의 말머리성운이라고 하겠다.

얼마 후 퇴근하고 다시 찾은 조경철 천문대,
롱론님 16″돕이 보여 반가움에 인사를 하고, H베타 필터를 끼워 말머리성운을 도전
알니탁 별이 밝아 시야에서 사라지게 하고 보여라, 보여라..
얼마 지났을까 막대 모양의 형체가 아주 희미하게 보인다.
보았다! 나도 말머리를 보았다.
주위에서 나만 확인해서 찜찜하긴 한데 그래도 보았다고 믿는다.


안시로는 힘든데 사진을 찍으면 쉽게? 형체가 나오는 불꽃성운과 말머리성운
사진은 쉽게 찍히지만 보정은 힘든 대상들
겨울이면 늘 한 번은 찍는 것 같다.
잘 나온 사진을 보니
불꽃과 말머리 배경과 아래 반사 성운이 제각각 다른 색깔이니
대상에 맞는 색깔 칠하기가 힘들다.
그래도 처음보다 색칠이 느는 것 같아, 이번엔 여기까지.

​- Date: 2021/01/09
- Mount: Skywatcher Az EQ6-GT
- Telescope: EDT115mm(F7) + 0.8 reducer
- Camera: ZWO ASI294MC Pro + Orion Skyglow imaging filter
- Guide Scope: 50mm Guide Scope(F4) + ZWO ASI178MC, ZWO ASIair Pro Guiding
- Exposure: Gain 120, -20℃, 180s x 34, dark 27
- Software: DSS, Photoshop, Snapseed



'Essa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로파가 가니메데에 안긴 날  (0) 2021.08.19
조경철천문대에서  (0) 2021.04.21
오리온대성운  (0) 2021.01.11
멀어지는 것들에 대한 기억  (1) 2021.01.11
목성과 토성 대근접  (0) 2020.12.21

Mount: Skywatcher Az EQ6-GT
Telescope: EDT115mm(F7) + 0.8 reducer
Camera: ZWO ASI294MC Pro + Orion Skyglow imaging filter
Guide Scope: 50mm Guide Scope(F4) + ZWO ASI178MC
Guiding: ZWO ASIair Pro
Exposure: Gain 120, -20도, 180s x 31, dark 27
Software: DSS, Photoshop


국민 대상인 만큼
찾기도 쉽고,
찍기도 쉬운 오리온 대성운
눈으로 직접 볼 때 암흑대와 성운기에 전율을 느끼기도 하고
사진으로 감상할 때 감탄이 절로 나오는 오리온 대성운
그런데 보정은 왜 이리 힘든 것인지.

남들이 멋지게 보정한 사진을 보고 또 본 이미지가 머릿속에 자리잡은 것 때문인가.
이리 저리 색칠을 하고, 지우고 덧칠을 하고,
무엇을 했는지도 모르게 마우스를 끄적거리다 보면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잊곤 하는 보정 작업,
같은 파일들을 DSS로 스택하고 Photoshop으로 보정할 때마다
한 번도 같은 이미지를 만들 수 없었던, 할 때마다 고단한 이 창의적인 길,
언제쯤 붕어빵 찍어내듯이 같게 만들 수 있을까.
어디로 가야 할지 길은 잃었지만
새 장비 두 번째 테스트 대상으로 찍은 오리온 대성운
이번엔 성간운들을 표현하고 싶었는데,
여전히 내 눈엔 3분 1장짜리가 더 정감이 가는 건 왜 그럴까.

'Essa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경철천문대에서  (0) 2021.04.21
불꽃성운과 말머리성운  (0) 2021.01.17
멀어지는 것들에 대한 기억  (1) 2021.01.11
목성과 토성 대근접  (0) 2020.12.21
ISS 태양면 통과 관측  (0) 2020.12.16

1200만 광년 떨어져 있는 큰곰자리의 보데 은하(M81), 그 옆에 있는 시가 은하(M82)

상호 작용하고 있는 두 은하는 별칭이 붙을 만큼 인기 많은 대상이다.

보데 은하는 지름이 약 9만 광년이고, 시가 은하는 지름이 약 3.7만 광년이라 하는데

14인치 돕소니안(F4.5)에 에토스 13mm 120배로 한 시야에 들어온다.

M81과 M82
하키스틱 은하(NGC 4656)와 고래 은하(NGC 4631)  

사냥개자리의 NGC 4631 고래 은하와 NGC 4656 하키스틱 은하도

120배 배율로 한 시야에서 두 대상(NGC 4627 포함 세 대상) 관측이 가능한데

어두운 대상들이라 강원도 정도는 가줘야 감흥을 느낄 정도이니

보데 은하나 시가 은하처럼 크고 잘 보이는 은하가 있다는 것에 감사할 뿐이다.

 

은하를 관측하다 보면 우주 스케일에 경이로움을 느끼고

성단을 관측하다 보면 보석 같은 별들에 아름다움을 느끼곤 한다.

 

가장 아름다운 산개 성단 중 하나인 페르세우스 이중성단

각각 6800광년, 7600광년 거리에 있는 NGC 869, NGC 884

쌍둥이처럼 고유의 이름이 있지만 페르세우스 이중 성단이라는 별칭도 있을 만큼

하나를 빼놓고 거론하면 다른 하나가 섭섭할지도 모르겠다.

저배율로 두 개의 산개 성단을 작게 보는 모양도 아름답지만

120배로 한 시야에 꽉 차게 보며 성단 가운데 미성까지 보는 재미는 황홀하기까지 하다.

페르세우스 이중 성단(NGC 869, NGC 884)

 

태양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관측 대상은 목성과 토성이 아닐까.

줄무늬와 대적반 그리고 네 개의 위성이 시시각각 다른 모습을 보여 주는 목성

고리 하나만으로도 신기함으로 발을 동동구르게 하는 매력적인 토성

두 행성을 한 시야에서 볼 수 있다면?

그것도 200배 고배율로 볼 수 있다면!

일생에 한 번도 볼 수 없는 진귀한 장면,

이번이 아니면 내 생에서는 볼 수 없는 장면,

본다고 상을 주는 것도 아닌데 왜 보고 싶었던 것일까.

2020년 12월 20일 
2020년 12월 22일 

 

- 일시: 2020/12/22 18:13 - 촬영 장소: 경기도 광명시 - 망원경: EDT 115mm(F7) + Meade 2X Barlow lens - 가대: Az-EQ6 GT  - 카메라: ZWO ASI178MC - 편집 및 합성: RegiStax + Photoshop

 

 

 

 

 

2020년 12월 21일 월요일 동짓날

늦은 오후까지 구름 낀 하늘이 퇴근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구름이 걷히는 묘한 상황,

일기예보를 봐도 여전히 구름 많음 상황인데

서쪽 하늘을 보니 이 추세대로면 6시 무렵이면 구름 한 점 없겠다는 생각은

나가지 못하는 아쉬움으로 이어지고

퇴근 하기 전 옥상으로 올라가 바라본 목성과 토성, 

어제까지는 두 행성을 분리하여 볼 수 있었는데

오늘은 눈에 힘주고 째려보고 째려봐도  도저히 토성을 못 보겠다. 

한동안 멍하니 밝은 목성을 바라보다 내일을 준비한다.

  

 

22일 화요일, 오후까지 남아 있는 구름으로 불안불안한 마음, 

망원경을 설치하면서 구름처럼 흩어져버리고, 망원경 설치를 시작한다.

촬영용으로 Az-EQ6 GT 가대에 EDT 115mm 망원경을 올리고, 

안시용으로 미니 경위대에 SDT 80mm 망원경을 하나 더 설치하는데, 

나무 데크라 촬영시 방해를 받을지도 몰라 두 개를 멀찌감치 떨어뜨려 놓는다.

운동하면서 두리번거리던 어르신 그제서야 가까이 오시더니

“이걸로 저 달 보려는 거요?”

“오늘 목성과 토성이 가까이 붙어 있어 그걸 보려구요.”

“우아, 그것도 볼 수 있어요?”

“그럼요. 이따가 오시면 보여드릴게요.”

“몇시에요?”

“여섯시요.”

 

모든 세팅을 마치고 중천에 떠 있는 하얀 상현달을 이 망원경 저 망원경 번갈아 가며 보고 있는데, 

아무도 가까이 오지 않는다. 

코로나 상황이 아니라면 벌써 여러 명이 와서 묻곤 했을 텐데, 

모두들 때가 때인지라 조심스러운 것 같다. 

그렇지만 이런 진귀한 이벤트를 함께 볼 사람이 생겼으니 이 또한 즐거운 일 아니겠는가.

5시 40분. 목성으로 GOTO하여 60mm 파인더스코프를 보니 목성과 토성이 보인다. 이제 시작인가?

두 망원경은 모두 목성과 토성이 있는 곳으로 향한다.

80mm 망원경에는 TMB 4mm 접안렌즈를 끼어 120배율,

115mm 망원경에는 미드 2배 바로우에 Luminos 7mm 접안렌즈를 끼어 230배율,

하늘이 어두워질 때까지 번갈아 가며 본다.

목성의 띠와 토성의 고리 그들의 위성이 회색빛 하늘에서 빛나고 있다. 

해가 점점 떨어질수록 목성과 토성은 점점 더 밝아지지만 고도도 점점 내려가니 일렁임이 더 심해진다. 

마스크 위로 나오는 더운 입김이 렌즈에 영향을 줄까 숨도 참으며

점점 멀어지고 있는 두 행성을 보는 기분이란, 

내 생애 이런 장면은 더 이상 못볼 것이란 걸 생각하면, 

그 의미는 남다르고 지워지지 않을 영원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그때 들리는 소리, 그 어르신이 오셨다. 정말 6시에 오셨다.

“왔어요.” 숨이 차서 그런지, 설렘으로 기대되어 그런지 약간 상기된 목소리, 

그 모습을 보니 내가 더 반가워, 먼저 보시고 싶어 했던 상현달을 보여 드린다. 

마스크를 썼지만 이내 알아챌 수 있는 흥분된 표정과 눈빛은 목소리를 듣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자 그럼 목성 토성을 보실까요? 이게 몇백년 만에 나타난 현상이래요.”

120배로 보는 조그마한 목성과 토성을 보는 데도

신기한 장면 보여 줘서 고맙다는 말과 함께 감탄사가 연발 나오니

어찌 230배로 볼 수 있는 곳으로 안내해 드리지 않을 수 있겠는가.

“곧 사진 찍을 건데 사진 찍기 전에 이쪽으로 더 크게 보세요.”

콩알보다 조금 작은 크기에 더 놀라워하시는 모습, 

그러면서 집에 있는 식구들도 보았으면 하는 말에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아마 코로나가 아니었으면 전화를 했을지도 모르고, 아니 멀찌감치 떨어져 전화를 했을지도 모른다. 

 

문득 2016년 봄이 떠올랐다. 

아파트 단지에서 목성 사진을 찍기 위해 준비하고 있을 때

아주머니와 초등학교 입학 전 사내 아이가 와서 호기심으로 물었던 그때, 

함께 본 목성의 대적반의 빨간 점은 아직까지 뇌리에 박혀 있고, 

그때 이후로 그보다 더 붉은 대적반은 아직 못 보았다. 

그때 그 아주머니는 집에 있는 남편에게 전화를 했지만, 남편은 끝내 나오지 않았다. 

따뜻하고 편안한 집에서 재미있는 티비를 보고 있거나 피곤한 하루를 보내 쉬고 있는데

귀찮게 밖으로 나오라니 나 같아도 안 나왔을 것 같다. 

천체 관측이란 취미가 호불호가 강한 것 같아 이런 분들을 보면 덩달아 신이 나는 건 자연스러운 것 같다.

연신 허리를 굽히며 진귀한 것 보여 주어 고맙다고 하며 가시는 어르신을 뒤로 하고 본격적인 촬영. 

목성에 노출을 맞추고 동영상 촬영, 

토성에 노출을 맞추고 동영상 촬영하는데 토성 촬영을 몇 번 안 해본지라, 

아니 행성 촬영을 몇 번 안 해본지라 감 잡기가 어려워 몇 개를 찍으니 벌써 70기가. 

아이고, 이만하면 되었다 멈추고 안시로 보려고 하는데 영 현상이 있었구나. 

이미 노트북을 접은 상황, 구름이 지평선 아래에 깔리는 상황, 

게다가 걷기 운동하시는 어르신 한 분과 중국 동포 청년이 관심을 가지고 기웃거리길래, 

이번엔 호객행위 한번 해본다.

“목성 토성 보실래요?” ​

 

 

 

'Essay'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불꽃성운과 말머리성운  (0) 2021.01.17
오리온대성운  (0) 2021.01.11
목성과 토성 대근접  (0) 2020.12.21
ISS 태양면 통과 관측  (0) 2020.12.16
누구의 얼굴  (0) 2020.07.26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