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 같으면 벌써 끝났을 장마
장마인듯 아닌듯한 날씨의 연속,
그러다 어느날, 퇴근길 하늘이 쾌청하다.
그냥 보내기 아쉬운 저녁 하늘,
나도 한번 옥상으로 한번 올라가 볼까.
북극성이 보이고 북쪽 하늘이 트여 있어,
구름만 지나가지 않는다면
케페우스자리 촬영은 문제 없겠단 생각에
가벼운 장비를 옥상으로 옮겨 설치해 본다.
베란다보다 더 좋은 촬영 환경
밤새 촬영하고 출근 전에 내리면 되겠단 생각에
IC1396 코끼리코성운 Ha만 찍기로 한다.
도중에 달이 일찍 뜨지만
달빛을 어느 정도 막아줄 협대역 필터라
3분짜리 Ha 100장을 걸어 놓고
촬영이 끝나면 RST-135는 홈포지션 위치로 가게 하고
Asiair pro는 종료하게끔 설정하고 집으로 내려온다.
하현의 달빛은 남중하면서 밝게 빛나고 있는데
조금씩 몰려드는 구름, 어느덧 구름이 가득하다.
장비를 철수하려고 옥상으로 올라가 보니
Ha 이미지 70여 장 중 후반 10장은 구름이 오락가락해서 품질이 좋지 않다.
아쉽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출근 전 Ha 이미지를 스택하고 스트레칭하니
도시 불빛과 달빛을 막으며
이 정도까지 나오는 게 신기하다.
이 정도라면 퇴근 후 옥상으로 올라가도
부담이 적을 텐데 그런 날은 자주 오지 않는다.
그러다 찾아온 주말, 맑음이 예보되는 밤하늘,
달은 자정에 뜨지만
IC1396 O3와 S2를 채우기 위해 강화로 나선다.
주변 가로등으로 그림자가 보일 정도이지만
고도가 높은 곳곳에서는 그동안 눈에 띄지 않던 별빛들이 유난히 빛내고 있다.
각각 3분짜리 O3 60장과 S2 60장을 걸어놓고
내 눈에도 희미한 별빛을 보여 준다.
여전히 명작들은 광해 속에서도 어렴풋이 아름답고
오랜만에 보는 토성과 목성은 눈부시게 아름답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토성의 위성들,
카시니 간극과 토성 하단의 갈색 무늬들이 보이고
목성은 내 눈에 과노출로 다가와
목성의 띠들이 별빛처럼 어렴풋이 일렁거리고 있었다.
180장의 이미지들을 빠르게 훑어 보며
오랜만에 찍은 이미지들이라 모두 다 살려주기로 한다.
사람마다 제각각 개성이 있듯이
DSO 대상마다 다른 특성이 있어서 그런지
SHO 이미지 만드는 일은 늘 새롭다.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색을 만들어 가는 재미가 있다.
아직까지는.
IC1396 코끼리 코 성운(Elephant Trunk Nebula)
- Place: 광명, 강화
- Mount: RST-135 + Xiletu L-404C
- Telescope: Askar Fra400 + F3.9 Reducer
- Camera: ZWO ASI2600MM Pro + Optolong S/H/O filter
- Guide: 30mm Guide Scope(F4) + ZWO ASI178MC, ZWO ASIair Pro Guiding
- Exposure: Gain 120, -10℃, 180s x 60(S2/Ha/O3), dark 50, bias 50
- Software: Sirilic, SiriL, starnet2, Photoshop
입추가 지나니
새벽녘에 오리온자리가 뜬다.
문득, 가을 분위기, 가을 색깔을 칠하고 싶어졌다.
그 배경에 여인의 뒷모습이 있고
아련한 별빛처럼 다가올 추억이 있는
가을,
별 하나의 추억과
별 하나의 행복이 떠오르는.
이제부터 당분간 별 보기 좋은 선선한 밤이 될 것이다.
별 볼일 많은 가을 하늘이었으면 좋겠다.
SHO+H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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